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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타임머신 리포트 #5] 엔소 마레스카: 에티하드에 돌아온 펩의 후계자, 맨시티의 방향성은?

맨체스터 시티의 새로운 감독, 엔소 마레스카
맨체스터 시티의 새로운 감독, 엔소 마레스카

 

안녕하세요, 터치라인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식을 전할 오프더볼입니다.

선수가 피치 위에서 발로 역사를 쓴다면, 감독은 터치라인 끝에 서서 머리로 판을 바꿉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터치라인 리포트에서는 바로 그 판을 짜는 사령탑들을 집중 조명합니다. 새롭게 부임한 감독의 전술적 철학과 성향, 그리고 새로운 팀에서 그려나갈 청사진까지. 그라운드 밖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지략가들의 이야기를 오프더볼만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2026년 여름, 유럽 축구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한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10년간 맨체스터 시티 FC를 이끌며 프리미어리그(EPL) 6회 우승,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트레블 등 총 20개의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습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은 '세계 최고의 클럽이 과연 누구에게 메가폰을 맡길 것인가'에 집중되었고, 맨시티 보드진의 선택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강력하면서도 영리했습니다. 바로 첼시의 부활을 이끈 엔소 마레스카(Enzo Maresca) 감독이었습니다.

맨시티와 3년 계약을 맺으며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복귀한 마레스카 감독은 사실 구단의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입니다. 맨시티 EDS(U-23) 사령탑을 거쳐, 2022/23 시즌 역사적인 트레블 당시 과르디올라의 수석코치로 전술적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던 '맨시티 DNA'의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레스터 시티를 승격시키고 첼시에서 컨퍼런스리그와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홀로서기에 완벽히 성공한 그가 이제 친정팀의 메인 사령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가오는 2026/27 시즌, 과르디올라의 거대한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색채를 입혀 맨시티의 왕조를 이어갈 엔소 마레스카 감독의 전술적 철학과 세부 메커니즘을 6가지 파트로 나누어 심층적으로 스카우팅합니다.


1. 전전술적 시그니처: 인버티드 윙백을 통한 구조적 3-2-4-1 대형

마레스카 감독은 과르디올라 전술학파의 가장 우수한 장학생답게 경기장을 철저하게 분할하여 사용하는 '포지셔널 플레이(위치 선정 축구)'를 극단적으로 추구합니다. 그의 팀은 경기 시작 전 포메이션 화면에는 4-3-3 혹은 4-2-3-1로 표기되지만,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공을 소유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대형으로 전환됩니다.

① 클래식 오버래핑의 종말, 풀백의 미드필더화

마레스카 전술의 핵심 시작점은 풀백(측면 수비수)의 움직임에 있습니다. 터치라인을 따라 직선적으로 달리는 전통적인 풀백의 역할은 그의 축구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후방 빌드업이 시작되면, 좌우 풀백 중 한 명(예: 리코 루이스)이 과감하게 중앙 미드필더 라인으로 좁혀 들어옵니다. 이 움직임을 통해 포백 라인은 순식간에 3명의 센터백만 남는 스리백(3-Back)으로 재편됩니다.

② 포켓 공간을 지배하는 3-2-4-1 레이아웃

풀백 한 명이 미드필더로 올라서면서 중원에는 기존의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와 함께 강력한 '투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형성됩니다. 그 결과 맨시티는 공격 시 후방에 스리백(3), 중원에 두 명의 미드필더(2), 2선에 네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4), 최전방에 원톱(1)이 배치되는 3-2-4-1 대형을 완성합니다.

 

이 대형은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좁은 틈새인 '포켓 공간'에 무려 4명의 선수를 상시 배치할 수 있게 만듭니다. 상대 수비진은 중앙에 밀집한 4명의 전술적 위협을 막기 위해 대형을 좁힐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마레스카 축구가 원하는 전술적 덫의 시작이 됩니다.

[오프더볼 시선: 필 포든이 마레스카볼의 '진정한 핵'이 될 수 있을까?]

마레스카 전술에서 상대 수비 사이의 좁은 틈새를 타격하는 2선 미드필더는 전술의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과거 레스터나 첼시 시절에도 이 위치에서 콜 파머가 만개했듯, 맨시티에서는 필 포든(Phil Foden)이 그 역할을 완벽하게 이어받을 것입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탈압박과 창의적인 패스 길목을 보는 안목이 뛰어난 포든이기에, 마레스카의 구조적인 공간 재구성과 결합한다면 이번 시즌 그의 공격 포인트 생산력은 커리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2. 빌드업 메커니즘: '수학적 통제'와 상대 유인을 통한 공간 해체

선수 시절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마레스카 감독은 후방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할 때 선수들에게 과도한 자유도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의 빌드업은 철저하게 약속된 패턴과 기하학적인 위치 선정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체스판'과 같습니다.

① 골키퍼를 활용한 극단적인 '수적 우위'와 압박 유인(Pressing Bait)

마레스카 축구의 후방 빌드업은 최후방 골키퍼의 발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3명의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 그리고 두 명의 미드필더까지 총 6명의 선수가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극도로 짧고 세밀한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이 목적은 공을 안전하게 돌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상대의 전방 압박 라인을 의도적으로 골문 가깝게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입니다. 상대가 공을 탈취하기 위해 라인을 높이고 압박을 가하는 순간, 상대의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의 간격은 필연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마레스카의 팀은 상대 수비 대형이 느슨해지는 바로 그 찰나의 타이밍에 중앙 공간으로 연결되는 수직 패스를 투입합니다.

② 측면 아이솔레이션과 컷백 매커니즘

중앙에서 상대 압박을 유도하고 패스 워크로 수비를 밀집시킨 뒤, 마레스카 축구는 순식간에 방향을 바꿉니다. 2선에 넓게 벌려선 좌우 윙어(예: 제레미 도쿠, 사비뉴 등)에게 한 번에 길게 넘겨주는 패스를 전환합니다. 상대 수비가 중앙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측면 윙어는 넓은 공간에서 상대 풀백과 1대1로 맞서는 '측면 고립 및 돌파'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서 윙어가 측면을 허물고 박스 안으로 낮고 정교하게 찔러주는 '컷백(낮은 크로스)'은 최전방의 엘링 홀란이 가장 좋아하는 치명적인 득점 공식으로 연결됩니다.

3. 중원의 메커니즘: 투볼란치(Double Pivot)의 통제력과 메찰라의 전진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의 맨시티가 주로 로드리라는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에게 수비 보호와 빌드업 전반을 맡기는 '원볼란치(1명 수비형 미드필더)' 시스템을 자주 애용했다면, 마레스카 감독은 중원의 뼈대를 더욱 두텁게 가져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① 역습 제어를 위한 구조적 안전장치

공격 상황에서 항상 두 명의 미드필더가 스리백의 바로 윗선에 버티고 있다는 점은 수비 전환 시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줍니다. 상대가 공을 끊어내고 다이렉트 역습을 시도하려 할 때, 마레스카의 두 미드필더는 1차 저지선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의 전진 속도를 늦추거나 파울로 끊어냅니다. 이 구조 덕분에 맨시티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후방 배후 공간이 노출되는 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② 프리 에이트(Free 8)이자 메찰라(Mezzala)의 하프 스페이스 타격

두 명의 미드필더가 후방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3-2-4-1 대형에서 중앙에 위치한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경기장 측면 안쪽 공간(하프 스페이스)과 중앙을 종횡무진 누비는 '메찰라(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상대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깜짝 침투를 감행하거나,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수비를 끌고 내려올 때 순간적으로 박스 안으로 침투해 흘러나온 공을 타격하는 직접적인 해결사로 나섭니다.

 

[오프더볼 시선: 든든한 파트너 확보와 로드리의 동기부여 방정식]

마레스카 감독이 중원에 두 명의 미드필더를 확실히 고정하는 것은 로드리에게 엄청난 혜택이 될 것입니다.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혼자 중원을 지탱하며 과부하와 부상 리스크에 노출되었던 로드리에게, 인버티드 풀백의 중원 가담은 천군만마와 같습니다. 체력적 부담이 줄어든 로드리가 더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강력한 중거리 슛을 날리거나 전방으로 창의적인 패스를 찔러주는 등, 그의 공수 영향력이 한층 더 배가되는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4. 수비 철학: 효율적인 공간 폐쇄와 컴팩트한 4-4-2 두 줄 수비

마레스카 감독의 수비 철학은 선수들의 맹목적인 체력 소모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는 전방에서 무작정 강한 압박을 가하다가 대형이 무너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그 대신, 상대가 플레이하기 가장 불편한 구역으로 공을 몰아넣은 뒤 대형의 힘으로 빼앗는 '효율적인 통제'를 보여줍니다.

① 즉각적인 4-4-2 혹은 4-5-1 로우 블록 변형

공 소유권을 잃어버렸을 때, 마레스카볼의 대형 전환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미드필더 라인으로 전진했던 인버티드 풀백은 자기 본래의 수비 위치로 신속하게 복귀하고, 좌우 윙어들이 미드필더 라인까지 깊숙이 내려옵니다. 이 순간 3-2-4-1 대형은 순식간에 가장 안정적인 4-4-2 혹은 4-5-1 형태의 컴팩트한 두 줄 수비 블록으로 바뀝니다.

② 압박 타이밍(Trigger)의 발동과 구역 한정 압박

두 줄 수비 블록을 형성한 상태에서 맨시티는 상대가 중앙 영역에서 공을 돌릴 때는 무리하게 덤벼들지 않고 길목만 차단합니다. 하지만 상대의 패스가 터치라인 쪽 측면 풀백에게 향하거나, 상대 미드필더의 터치가 길어지는 등 명확한 '압박 타이밍'이 포착되는 순간, 주변의 3~4명의 선수가 순간적으로 공간을 좁히며 강한 압박을 가합니다. 경기장 사면 중 한 면이 터치라인으로 막혀있는 측면 구역으로 상대를 몰아넣고 압박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체력 소모로 높은 확률의 볼 탈취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5.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맞이할 전술적 과제와 리스크 요인

첼시와 레스터 시티에서 자신의 능력을 100% 증명하며 왕의 귀환을 알린 마레스카 감독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눈높이가 높고 까다로운 맨시티 팬들과 보드진을 만족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습니다.

① '과르디올라 아류작'이라는 비판의 프레임 극복

마레스카 감독이 마주할 가장 큰 적은 상대 팀이 아닌 '과르디올라 감독의 거대한 그림자'입니다. 두 감독의 전술적 뿌리가 포지셔널 플레이로 동일하다 보니, 경기 결과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거나 공격 전개가 답답할 경우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펩의 하위 호환", "독창성 없는 아류작 축구"라는 혹독한 비판 프레임에 갇히기 쉽습니다. 마레스카만의 디테일한 전술적 변주와 압도적인 성과로 이 그림자를 지워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입니다.

② 밀집 수비 해체와 선수단 매니지먼트

맨시티를 상대하는 프리미어리그의 대부분 팀들은 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린 채 페널티 박스 안에 버스를 세우는 '밀집 수비(텐백)'를 구사합니다. 마레스카 특유의 약속된 패턴 위주 빌드업이 상대의 촘촘한 수비 블록에 가로막혀 정체될 때, 이를 단번에 부술 수 있는 세트피스 전술이나 크랙들의 개인 전술 활용 등 '지공 상황에서의 해법'을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이미 수많은 우승을 경험해 동기부여가 저하될 수 있는 슈퍼스타들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드레싱 룸의 승리 정신을 유지하는 리더십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것입니다.

 

[오프더볼 시선: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강한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까?]

마레스카 전술에서 우려되는 가장 큰 리스크는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압박 강도입니다. 후방에서 골키퍼를 포함해 지나치게 정교하고 짧은 패스만 고집하며 상대를 유인하려다, 압박이 강한 팀들에게 순간적으로 소유권을 내준다면 곧바로 실점으로 직결됩니다. 마레스카 감독이 본인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에 맞춰 때로는 롱패스를 섞는 등 얼마나 유연하게 타협점을 찾느냐가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6. 최종 결론: 준비된 명장, 맨시티의 새로운 전술적 전성기를 조준하다

결론적으로 엔소 마레스카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 부임은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구조적인 안정감'과 '철저한 통제력'을 동시에 이어가려는 구단의 거대한 야망입니다. 마레스카는 단순히 경기에서 승리하는 법을 넘어, 펩이 다져놓은 세계 최고의 시스템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발전시킬 수 있는 준비된 지도자입니다.

"점유율 축구는 단순히 공을 오래 쥐고 있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인내심과 정교함을 바탕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완벽한 타이밍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과거 과르디올라의 수석코치로 트레블을 보좌했던 마레스카가 이제는 당당히 메인 사령탑이 되어 엘링 홀란, 필 포든, 로드리 등 리그 최고 수준의 자원들을 어떻게 전술적으로 만개시킬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26/27 시즌, 그의 지휘봉 아래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다시 한번 유럽 축구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그의 파란만장한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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